박쥐가 천장에 거꾸로 매달린 모습은 익숙하다. 하지만 날아오던 몸을 뒤집어 발부터 천장에 닿게 하는 순간은 어떻게 설명할까. 착지 직전에는 속도도 느리고 날개를 크게 펼칠 공간도 적다. 공기를 강하게 밀어 몸을 돌리는 방식만 생각하면 까다로운 동작이다. 2015년 PLOS Biology에 실린 연구는 비행에 불리해 보이는 ‘무거운 날개’가 오히려 회전의 자산이 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한쪽은 접고, 다른 쪽은 편다
연구진은 두 종의 박쥐가 천장의 그물에 착지하도록 훈련하고 초당1천 프레임의 카메라로 날개와 몸의 움직임을 기록했다. 착지 과정에서는 좌우 날개 움직임이 비대칭으로 바뀌었다. 한쪽 날개를 몸 가까이 당기는 동안 다른 쪽은 더 펼친다. 뼈와 근육이 들어 있는 날개의 질량을 이렇게 옮기면 날개와 몸이 회전 운동을 주고받으며 자세가 달라진다.
연구진은 영상에서 복원한 움직임을 컴퓨터 모형에 넣고 공기역학적 힘의 역할을 따로 비교했다. 그 힘을 끈 계산에서도 무거운 날개를 가진 모형은 유사한 자세 전환을 만들었다. 반면 몸에 비해 날개가 매우 가벼운 초파리 같은 질량 비율로 바꾸면 같은 효과가 약해졌다. 단지 날개를 빠르게 휘둘렀다는 설명이 아니라, 움직이는 부위의 질량이 얼마나 되는지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공기 없이도 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서 관성이 중요하다는 결론은 비행에 양력이나 공기가 필요 없다는 말이 아니다. 논문이 분리한 질문은 저속의 짧은 착지·낙하 회복 과정에서 몸의 방향을 어떻게 돌리는가다. 박쥐가 그물을 잡지 못했을 때 다시 전방 비행 자세로 돌아오는 동작도 분석했다. 대표 사진에는 성공한 매달림만이 아니라 이런 착지 시도와 회복 과정이 포함돼 있다.
실제 관측은 두 종의 소수 개체이며 단순 모형은 이동·회전의 일부 자유도를 제한한다. 모든 종의 모든 착지가 똑같다거나 관성만이 유일한 힘이라고 일반화할 수는 없다. 이 기사는 새로 발표된 연구가 아니라 기존 실험을 통해 일상적인 궁금증을 풀이한 것이다. 가벼워야만 민첩하다는 직관과 달리, 무거운 부위를 정교하게 접고 펴는 것 자체가 몸을 돌리는 수단이 된다는 점이 흥미로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