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병의 코르크 마개는 나무를 잘라 깎아 만든 걸까. 천연 코르크의 출발점은 코르크참나무의 두꺼운 겉껍질이다. 수확 사진을 보면 줄기 아래가 벗겨져 붉은빛 속살이 드러난 것처럼 보인다. 보통 나무의 껍질을 함부로 벗기면 위험한데, 이 나무는 어떻게 다시 코르크를 줄 수 있을까. 핵심은 껍질이라는 말 아래에 묶인 층들을 구분하는 데 있다.
줄기 전체를 깎아내는 작업이 아니다
영국 왕립식물원 Kew의 수종 설명은 코르크를 벗긴 뒤에도 줄기의 기능을 맡는 안쪽 조직을 새 코르크의 얇은 층이 덮고 있도록 남긴다고 설명한다. 그 안쪽에는 식물의 물질 이동에 중요한 2차 체관부가 있다. 수확하는 두꺼운 코르크와 보존해야 하는 살아 있는 조직을 구분하기 때문에 새 코르크층이 다시 자랄 여지가 생긴다. 아무 나무의 껍질을 한 바퀴 벗겨도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수확은 빠르게 많이 벗기는 일이 아니라 손상을 피하는 숙련 작업이다. 생산자 단체 Natural Cork Council은 나무가 활발히 자라는 봄·여름에 새로 만들어진 코르크 세포가 쉽게 분리되는 성질을 이용한다고 설명한다. 시기가 너무 이르거나 늦어 잘 떨어지지 않으면, 손상을 감수하기보다 수확을 다음 해로 미룬다고 안내한다. 회복할 수 있다는 특성이 무제한 수확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
첫 껍질이 곧바로 좋은 병마개가 되는 것도 아니다
Kew는 첫 수확이 대략 수령25년 무렵이며 이후 보통9~12년 간격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한다. 단체의 안내에 따르면 첫 수확의 코르크는 구조가 불규칙하고, 두 번째도 병마개용으로는 알맞지 않다. 좋은 와인 마개에 쓰는 코르크는 세 번째 이후 수확에서 얻는다. 마개 하나의 재료 뒤에는 나무를 기르는 시간뿐 아니라 여러 번의 긴 재생 주기가 놓여 있는 셈이다.
회복 주기와 품질 설명은 수종·재배와 작업 조건을 전제로 한 안내다. 개별 나무의 상태를 보지 않고 날짜만 맞춰 누구나 벗겨도 된다는 작업 지침으로 읽으면 안 된다. 이 기사는 새로운 수확 기술 발표가 아니라 천연 코르크가 어디서 오며 어떤 경계를 지켜야 반복 생산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생활 해설이다. 코르크의 재생성은 겉껍질을 얻는 일과 나무의 기능층을 지키는 일이 함께 이뤄질 때 성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