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바코드의 첫 세 자리를 보고 ‘880이니 한국에서 만든 제품’이라고 판단해도 될까. GS1 공식 접두번호 표에서880~881은 GS1 South Korea에 배정돼 있다. 하지만 같은 페이지의 첫 설명은 그 번호가 상품의 원산지를 식별하지 않는다고 분명히 선을 긋는다. 번호를 배정받는 경로와 실제 제품이 만들어진 곳은 서로 다른 정보이기 때문이다.
회원 기업은 세계 어디서든 생산할 수 있다
GS1은 이용 기업이 세계 어느 곳에서나 제품을 제조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든다. 한국의 번호 체계를 사용하는 기업이 다른 나라에서 만든 상품에도 자기 상품식별번호를 쓸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접두번호만 보고 기업의 모든 공장이나 원료의 출처까지 결정할 수도 없다. 국가 이름이 붙은 표가 있다고 해서 그 표를 제조국 판별표로 바꿔 읽어서는 안 된다.
바코드의 줄무늬도 숨겨진 원산지 문장 자체를 담는 것은 아니다. GS1의 GTIN 설명에서 줄무늬는 상품식별번호를 스캐너가 읽을 수 있게 표현한 형태다. 번호 아래 숫자는 사람이 그 식별번호를 확인하는 수단이다. 같은 크기의 같은 상품에 같은 번호를 여러 개 인쇄할 수 있으므로, 모든 낱개에 서로 다른 일련번호를 붙인 것과도 구별해야 한다.
번호를 읽는 일과 상품 정보를 조회하는 일
스캔 뒤 앱이 제품명이나 회사 정보를 보여 준다면, 번호에 연결된 데이터베이스의 내용을 찾아 표시하는 과정과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GS1은 Verified by GS1을 통해 상품 번호와 기업·브랜드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그런 식별 정보의 확인 역시 특정 제품의 제조 공정·원료 원산지·안전성을 모두 검사했다는 뜻은 아니다. 조회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위조품이라고 단정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원산지를 알고 싶다면 앞자리 몇 개를 외우는 대신 그 제품의 포장 표시와 제조사·수입사가 제공하는 제품 정보를 함께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완제품의 제조국과 개별 원료의 출처도 같은 항목이 아닐 수 있다. 이 기사는 특정 국가 제품의 품질이나 안전성을 평가하거나 새로운 바코드 규칙이 생겼다고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장보기에서 식별번호를 읽을 때 흔히 생기는 해석의 경계를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