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오징어가 빨강·파랑 안경을 쓴 채 화면 속 새우를 향해 촉수를 뻗는다. 영화를 즐기게 하려는 장면이 아니다. 연구진이 알고 싶었던 것은 ‘먹이까지의 거리를 두 눈의 차이로 알아내는가’였다. 미네소타대학교 연구팀은 미국 해양생물학연구소(MBL)에 수중 극장을 꾸려 이를 시험했다.
화면은 같은 곳, 새우는 앞뒤로 보이게
두 눈은 같은 물체를 조금 다른 위치에서 본다. 입체시는 그 차이로 깊이를 읽는 능력이다. 실험에서는 안경의 색 필터로 각 눈에 다른 새우 영상을 보여 줬다. 두 영상 사이 간격을 바꾸면 실제 화면은 그대로인데 먹이는 그보다 앞이나 뒤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된다.
갑오징어는 이 변화에 맞춰 수조 안의 자기 위치와 촉수를 뻗는 거리를 달리했다. 단지 화면까지 헤엄쳐 간 것이 아니라 두 눈의 영상 차이를 사냥 거리에 활용한 것이다. 원 논문의 그림1은 안경을 쓴 개체, 실험 구성과 측정 결과를 함께 제시한다.
연구진은 한쪽 눈 중심의 단서만 주는 조건도 비교했다. 양쪽 눈의 단서를 온전히 받을 때보다 공격 위치를 잡는 데 시간이 더 걸리고 더 멀리 움직였다. 단, 먹이를 처음 발견하는 모든 단계가 똑같이 빨라진다는 결과는 아니다.
이 실험은2020년1월8일 Science Advances에 실린 연구다. 오늘 새 발견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과 갑오징어가 모두 입체 단서를 쓴다는 사실이 뇌의 계산 방식까지 같다는 뜻도 아니다. 논문은 일부 시각 자극에 대한 반응 차이도 제시했다. 우스워 보이는 안경은 동물의 눈에 보이는 거리와 실제 거리를 분리해 물어볼 수 있게 한 실험 도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