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의 낮은 바쁘다. 작은 몸을 띄워 꽃 앞에 머무르고, 다음 먹이를 찾아 움직인다. 그런데 밤에는 그 에너지를 계속 보충하기 어렵다. 벌새가 이 시간을 넘기는 방법 중 하나는 더 먹는 것이 아니라, 몸이 쓰는 에너지를 크게 줄이는 것이다.
자는 것과 몸의 지출을 낮추는 것은 다르다
코넬 조류연구소가 2021년 공개한 연구자 문답에서 Anusha Shankar와 Erich Eberts는 벌새의 일일 휴면, 즉 토퍼(torpor)를 설명한다. 밤 동안 대사 활동과 체온을 낮춰 저장해 둔 에너지를 아끼고, 아침에는 다시 활동하며 먹이를 찾는 전략이다. 평소 체온을 유지한 채 잠드는 수면과 같은 상태로 보면 안 된다.
문답에서는 겨울잠도 휴면의 한 형태지만 여러 날이나 주 단위로 이어지는 경우와, 벌새가 밤을 넘기는 일일 휴면을 구분한다. ‘작은 새가 매일 겨울잠을 잔다’는 표현만으로 끝내면 지속 시간과 생리 상태의 차이를 놓치기 쉽다.
모든 벌새가 매일 같은 온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스미스소니언 국립동물원은 벌새의 높은 대사 요구와 깃털의 단열 한계를 함께 설명한다. 휴면은 특정 겨울밤에만 쓰는 고정된 일정이 아니라, 기온과 먹이 조건이 요구할 때 이용하는 전략이다. 종과 개체, 몸에 남은 에너지와 주변 환경에 따라 사용 양상도 달라진다.
얼마나 차가워지는지도 한 숫자로 정할 수 없다. 코넬 문답의 연구자들은 주변 온도에 따라 체온이 달라지며, 너무 추워지면 견딜 수 있는 최소 체온을 지키기 위해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주변 공기와 무조건 똑같아지거나, 끝없이 식는다는 뜻이 아니다.
3.3도는 한 관측 사례의 숫자다
코넬의 Living Bird가 2020년 12월 소개한 안데스 벌새 연구에서는 관찰한 6종 26개체 중 24개체가 휴면에 들어갔다. 그중 검은메탈테일 한 개체의 야간 체온은 약 3.3도까지 내려갔다. 이 수치는 특정 종·개체와 관찰 조건에서 나온 값이지, 모든 벌새가 매일 도달하는 체온이 아니다.
당시 연구 소개를 오늘의 새 발견이나 현재의 최저 기록으로 바꿔 쓰지 않았다. 이 사례가 보여 주는 핵심은 작은 새가 평소의 높은 활동 수준만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먹지 못하는 시간을 견디기 위해 몸의 에너지 지출 방식 자체를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