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 옆에 물고기가 몰려 있다고 해서 모두 문어의 먹잇감인 것은 아니다. 일부는 같은 먹이를 찾는 사냥 동료다. 그런데 이 동맹 안에서도 문어가 팔을 뻗어 물고기를 치는 행동이 관찰된다.2024년9월 Nature Ecology & Evolution에 발표된 연구는 이 장면을 함께 사냥하는 여러 종의 역할과 관계 속에서 살폈다.
어디로 갈지는 물고기,언제 갈지는 문어
연구진은 현장 영상과3차원 추적,실험을 이용해 무리의 움직임을 분석했다. 특히 goatfish로 불리는 물고기들은 주변을 탐색하며 먹이가 있는 곳과 이동 방향을 찾았다. 문어는 유연한 팔을 틈으로 넣어 숨어 있는 먹이에 접근하고,무리가 실제 움직일지와 그 시점을 좌우했다.
이때 지도자는 무조건 가장 앞에서 끌고 가는 개체와 같지 않았다. 다른 동물의 움직임을 시작시키는 것뿐 아니라 멈추거나 제한하는 영향력도 중요했다. 물고기에게는 혼자 닿기 어려운 먹이에 접근할 기회가 생기고,문어에게는 더 넓은 영역을 살피는 동료가 생기는 관계다.
함께 있는 종이 달라지면 각 개체의 행동과 이익도 달라졌다. 연구진은 문어가 물고기를 치는 행동을 상대를 조절하는 수단으로 해석했다. 사냥 동료와의 관계에서 문어가 얻는 이익을 유지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모든 타격을 단순한 장난이나 사람처럼 화가 나서 때린 일로 바꿔 설명할 근거는 아니다.
협동한다고 잡은 먹이 한 마리를 쪼개 똑같이 나눠 먹는 것도 아니다. 연구자는 먼저 잡은 개체가 그 먹이를 먹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냥이 여러 차례 이어지면서 어떤 때는 문어가,다른 때는 물고기가 잡는다. 반복되는 기회에서 서로 이익을 얻는 방식이지 한 접시를 공평하게 나누는 식사는 아니었다.
이 결과를 모든 문어와 모든 물고기의 관계로 넓힐 수는 없다. 연구의 대상은 Octopus cyanea와 여러 물고기가 이룬 사냥 무리다. 혼자 생활하는 동물로 알려져 있어도 다른 종의 행동에 맞춰 전략을 바꿀 수 있다는 점,그리고 협동 안에도 상대를 통제하는 행동이 함께 있다는 점이 이 장면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