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생산 일정이 잡힌 공장에 새 주문이 들어오면, ‘빨리 만들어라’는 지시만으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 남은 자재, 설비가 비는 시간, 약속한 납기가 서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지멘스가19일 공개한 독일 에를랑겐 전자공장의 AI는 이때 하나의 정답을 바로 실행하기보다 여러 생산안을 먼저 만들어 비교하는 역할을 맡는다.
회사의 설명에 따르면 새 주문을 받은 AI 에이전트는 설비 용량·자재 가용성·납기·생산라인 등 정해진 핵심성과지표(KPI)를 바탕으로 여러 시나리오를 생성한다. 계획 담당자는 각 안이 무엇에 영향을 주는지 볼 수 있다. 기존에는 담당자가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조건을 직접 저울질해야 했던 작업이다.
공장부터 바꾸는 대신, 복제한 공장에서 시험한다
생산안은 실제 현장에 적용하기 전에 공장 전체의 디지털 트윈에서 검증한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공장 데이터를 바탕으로 공정과 설비를 가상으로 재현한 환경이다. 화면에 공장을 그려 보여주는 데서 끝나지 않고, 계획을 바꾸었을 때의 영향을 현장을 건드리기 전에 시험하는 데 쓰인다.
이 과정에는 지멘스의 산업 소프트웨어·제조 경험과 엔비디아의 Factory Operations Blueprint, Omniverse가 결합됐다. 생산계획을 만드는 에이전트와, 실제 공장 데이터를 사용해 그 계획을 가상으로 시험하는 단계가 이어지는 구조다. 새 주문뿐 아니라 자재 부족이나 고객 요구 변경에 대응하는 것도 회사가 제시한 적용 상황이다.
‘최대20%’는 모든 공장의 실적표가 아니다
지멘스는 이런 에이전트 기반 생산계획이 비용을 최대20%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회사가 제시한 가능치로, 모든 공장에서 이미 같은 절감률이 검증됐다는 뜻은 아니다. 에를랑겐은 실제 생산을 이어가면서 새 제조 기술을 시험하는 현장이다. 이번에 공개된 구체적 변화는 공장 전체가 무인화됐다는 선언이 아니라, 새로운 조건에 맞는 생산안을 만들고 시험하는 계획 업무에 AI가 들어왔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