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코트에서 방향을 틀 때 나는 운동화의 ‘끼익’ 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세게 문질러서 생긴다는 말만으로는 소리의 높낮이까지 설명하기 어렵다.2026년2월 Nature에 발표된 연구는 부드러운 고무와 단단한 표면 사이의 접촉을 고속 촬영해,눈에 안 보이는 움직임을 들여다봤다.
밑창 전체가 아니라 작은 틈이 달린다
고무가 미끄러질 때 표면의 일부가 잠깐 떨어졌다 다시 붙는 파동이 빠르게 지나갔다. 신발 전체가 바닥에서 뛰어오른다는 뜻은 아니다. 접촉면의 아주 작은 영역에서 틈이 열리고 닫히며 이동하는 현상이다. 연구진은 파동이 반복되는 빈도가 실제 들리는 소리의 주파수와 맞물린다는 점을 확인했다.
고무 블록 표면이 평평할 때는 파동이 불규칙해 넓은 주파수의 잡음에 가까웠다. 여기에 얇은 돌기를 만들자 파동의 진행이 제한되면서 반복이 규칙적으로 바뀌고,또렷한 음이 났다. 돌기는 단순히 마찰을 키우는 무늬가 아니라 파동이 다니는 길을 잡아주는 구조로 작용했다.
연구진은 이 원리를 소리로도 보여줬다. 높이가 다른 고무 블록을 설계한 뒤 손으로 문질러 ‘스타워즈’의 제국의 행진곡을 연주했다. 무작위로 끼익거리는 소리를 이어 붙인 것이 아니라,블록 높이에 따라 달라지는 특징적인 주파수를 이용한 시연이다. 신발에서 출발한 질문이 고무로 음정을 고르는 실험으로 이어진 셈이다.
일부 실험에서는 마찰로 생긴 정전기 방전이 파동의 시작과 함께 관찰되기도 했다. 작은 번개 같은 현상이 항상 모든 신발 소리의 원인이라는 뜻은 아니다. 확인한 조건에서 파동을 촉발할 수 있는 현상과,그 파동의 반복이 음의 높이를 정하는 과정을 나눠 읽어야 한다.
이 연구는 매끄럽고 단단한 표면 위에서 부드러운 재료가 미끄러지는 경우를 다룬다. 신발 안쪽에서 나는 모든 잡음이나 특정 제품의 불량 판정,수리 방법을 제시한 시험은 아니다. 일상에서 익숙한 소리도 표면의 작은 구조와 접촉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 이 실험이 보여주는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