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시계에 WATER RESIST라고 적혀 있다고 수영장에 그대로 들어가도 될까. 답은 방수 표시의 유무가 아니라 해당 모델이 허용하는 활동에 있다. 제조사의 안내를 보면 비나 손에 튄 물을 견디는 일상 방수, 수영, 맨몸 잠수와 공기통을 사용하는 잠수는 서로 다른 칸으로 나뉜다. 숫자 하나를 읽는 것보다 시계 뒷면의 표시를 사용표와 맞춰 보는 편이 정확하다.
3bar는 비·튀는 물, 수영은 별도
세이코 공식 방수 표에서3bar는 우연히 튄 물과 비에는 허용 표시가 있지만, 수영·요트·샤워와 잠수에는 불가 표시가 있다.5bar부터는 수영 등이 허용되지만 맨몸 잠수는 제외하고,10bar·20bar는 맨몸 잠수가 허용되는 칸으로 올라간다. 이 표에서도 일반10bar·20bar는 스쿠버 잠수용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물에 닿아도 되는 시계와 잠수용으로 만든 시계의 구분이다.
여기서 bar는 압력을 나타내는 단위다. 카시오는20bar와200m가 방수 등급에서 대응하는 표현이라고 설명하면서도,200m라고 적힌 모든 시계가 전문 다이버용은 아니라고 분명히 구분한다. 표시된 수심 숫자를 그대로 ‘그 깊이까지 어떤 활동을 해도 된다’는 사용 허가로 바꾸면 중요한 조건이 빠진다.
일반200m와 다이버용200m가 다른 이유
카시오는 일반 G-SHOCK의200m 방수를 수영·서핑 등 물을 쓰는 활동용으로 소개하고, 스쿠버 잠수에는 잠수용으로 설계하고 시험한 모델을 쓰도록 안내한다. 별도로 소개한 FROGMAN은 ISO 기준의200m 다이버용 방수다. 숫자가 같아도 제품이 어떤 사용을 위해 설계·시험됐는지까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이는 특정 브랜드의 모든 모델을 한꺼번에 잠수용이라고 판단할 근거가 아니다.
샀을 때의 방수도 영구적인 보장은 아니다. 세이코는 방수 패킹의 노화나 충격으로 인한 부품 변형이 성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젖은 상태에서 용두를 돌리거나 버튼을 누르지 말고, 용두가 빠진 채 물로 씻지 말라는 주의도 함께 제시한다. 바닷물에 썼다면 해당 모델의 사용 조건 안에서 깨끗한 물로 헹군 뒤 부드러운 천으로 말리는 관리가 따른다.
결국 물에 들어가기 전 볼 것은 세 가지다. 시계 뒷면의 정확한 표시, 그 모델 설명서의 허용 활동, 현재 시계의 상태다. 브랜드마다 안내 범위와 예외가 있으므로 한 회사의 표를 다른 모든 시계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방수’라는 한 단어보다 내가 하려는 활동에 허용 표시가 있는지가 실용적인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