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가 나무를 세게 쪼아도 견디는 이유를 ‘머릿속에 충격 흡수 쿠션이 있어서’라고 설명하면 쉬워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쪼는 모습을 측정한 연구에서는 머리가 부드럽게 눌리며 충격을 줄이기보다 단단한 망치처럼 움직였다. 충격을 나무로 보내야 하는 동물에게 에너지를 머리 안에서 흡수하는 구조는 오히려 쪼기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답이다.
부리와 눈의 움직임을 따로 추적했다
2022년 Current Biology에 발표된 연구진은3종의 딱따구리6마리가 나무를 쪼는 고속 영상109개를 분석했다. 부리의 두 지점과 눈 주변의 표지를 프레임별로 추적하고, 일부 종에서는 눈 뒤 두개골 피부의 표시도 비교했다. 눈의 움직임은 뇌를 둘러싼 머리뼈 앞부분의 감속을 추정하는 데 사용됐다. 뇌 속에 직접 센서를 넣어 측정한 실험은 아니다.
충격 흡수가 크다면 나무에 먼저 부딪히는 부리보다 뇌 쪽이 훨씬 덜 급하게 멈춰야 한다. 그러나 연구한 개체에서는 두 영역의 감속 차이가 아주 작거나, 눈 쪽 감속이 더 큰 경우도 있었다. 연구진은 부리와 뇌 공간을 연결하는 두개골이 쪼는 동안 매우 뻣뻣하게 작동한다고 해석했다. 해면골이 보인다는 모양만으로 충격 흡수 기능까지 확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충격을 흡수하면 왜 불리할까
연구진은 부리와 뇌 쪽 사이에 스프링 같은 탄성 구조를 둔 모형으로도 비교했다. 같은 속도로 부딪힐 때 더 잘 눌리는 구조는 부리가 나무에 들어가는 깊이를 줄였다. 똑같이 깊게 쪼게 하려면 더 많은 운동에너지가 필요했다. 이 조건에서는 충격 흡수 구조가 뇌의 최대 감속을 줄이는 이점도 나타나지 않았다. 단단한 구조가 쪼는 일을 더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이유다.
작은 뇌와 ‘절대로 다치지 않는다’는 다르다
그렇다면 뇌는 어떻게 버틸까. 두개강 크기와 형태를 반영한 계산에서, 관찰된 쪼기 조건의 뇌 내부 압력은 영장류 뇌진탕 기준에 해당하는 압력보다 낮았다. 뇌의 크기가 작다는 점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같은 가속도 숫자만 놓고 사람 머리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연구는 조류와 영장류의 보호 기전이 비슷하다는 비교 가정도 명시했다.
이 결과는 모든 딱따구리가 어떤 재료를 어떤 속도로 쪼아도 절대로 다치지 않는다는 증명이 아니다. 논문은 머리 크기·타격 속도·목재의 단단함이 커지면 손상 가능성이 달라지고, 반복 충격에 대한 뇌 내부의 보호·회복 기전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오래된 연구를 오늘 새로 발견된 속보로 바꾸기보다, 친숙한 동물의 작동 원리를 정확히 고쳐 이해할 만한 사례다.